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향해 “합의냐, 전멸이냐”는 말을 꺼냈다.
‘전멸’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으니, 당장 대화가 끊어진 줄 알기 쉽다.
그런데 연설이 끝난 뒤 미국과 이란 쪽은 뉴욕에서 약 3시간 접촉했다.
말은 가장 거칠었는데, 그날 실제로는 협상 얘기가 오갔다.
🗣️ “합의 아니면 전멸”이라고 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두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합의해서 이란이 재건하는 길.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이란을 “신속히 전멸시킬지” 결정하는 길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다시 강조했다.
유엔총회처럼 세계 각국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이런 표현을 쓴 건, 이란만 들으라는 말은 아닐 거다.
다른 나라에도 “이란을 더 고립시키는 데 동참하라”는 압박을 준 셈이다.
이란 대표단은 항의 뜻으로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한마디가 회의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얼렸을 만하다.
🤝 그런데 3시간 동안 대화는 했다
같은 날 미국과 이란 측은 뉴욕에서 접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매우 좋고 생산적이었다”고 했고,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대화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보도
이란 쪽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조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에서 나오는 원유가 많이 지나는 바닷길이다.
여기가 막히면 기름값 얘기가 바로 따라붙는다.
이란이 내건 조건으로는 전쟁 중단, 해상 봉쇄 해제, 동결 자산 해제 등이 거론됐다. 프레시안 보도
다만 이 만남이 정확히 어떤 형식이었는지는 조금 더 봐야 한다.
미국 쪽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중재자들”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란 언론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직접 마주 앉은 정식 회담인지, 카타르 같은 중재국을 통해 조건을 주고받은 접촉인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누가 누구와 어떤 권한으로 얘기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 시장은 말보다 바닷길을 봤다
재밌는 건 국제유가 반응이다.
이란이 조건이 충족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일주일 안에 다시 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전쟁 발언은 무섭게 들리는데 시장은 다른 걸 본다.
“배가 다닐 수 있나.”
“원유가 계속 나오나.”
결국 이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강한 표현을 쓰는 동안에도, 양쪽은 해협과 제재, 전쟁 중단 조건을 놓고 대화의 끈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전멸’이라는 단어 하나만 붙들고 볼 상황은 아닌 듯하다.
진짜 봐야 할 건 다음 만남이 열리는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조건이 실제로 움직이는지다.
🇰🇵 북한 얘기는 이번 연설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MBN 보도
이걸 두고 북한 문제가 뒤로 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엔 연설 한 번에 외교정책 전체가 정리되진 않으니까.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운 건 이란이었다.
그것도 “전멸”이라고 말할 만큼 강하게 압박하면서, 뒤에서는 대화 통로를 열어둔 이란이었다.
말은 문을 닫는 것처럼 들렸는데, 실제로는 문고리를 잡고 있었던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