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추석 무대, 270곡 중 32곡만 골랐다…‘희야’부터 150분
데뷔 40년을 기념하는 공연인데, 결국은 각자 자기 시절을 만나러 가는 무대다.
“희야, 나를 좀 바라봐.” 이 첫 소절만 들어도 사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다를 것 같다. 누구는 옛날 카세트테이프가 생각날 거고, 누구는 노래방에서 괜히 고음 도전하다 목이 쉬었던 밤이 생각날 거다. 이승철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KBS 한가위 대기획 무대에 섰다. 추석 연휴에 방송될 이 무대는 관객 1만 2천 명 앞에서 150분 동안 이어졌다. 이승철은 지금까지 약 270곡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 많은 노래 중 이번 무대에 올린 건 32곡이다. 앨범 하나 통째로 듣는 자리가 아니라, 친구가 “이 사람 노래 처음 들으면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재생목록을 만들어준 느낌에 가깝다. ‘희야’, ‘마지막 콘서트’,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시대가 다른 노래들이 한 무대에 들어갔다. 한 가수의 40년을 훑는 공연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 10대와 20대, 혹은 첫사랑의 몇 분을 다시 만나는 시간일 수 있다. 이승철도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이고, 누군가에게는 젊음을 함께한 노래”라고 말했다. 사실 오래된 가수의 기념 공연은 자칫 팬들만의 잔치가 되기 쉽다. 그런데 이승철 노래는 이상하게 가족끼리 들어도 각자 아는 곡이 하나씩 나온다. 부모님은 ‘희야’를 알고, 누군가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알고, 또 다른 누군가는 드라마나 영화 장면과 함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기억한다. 명절에 리모컨을 잡은 사람과 소파에 앉은 사람이 잠깐 같은 노래를 듣게 되는 그림이다. 150분이면 영화 두 편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32곡을 불렀다면, 한두 곡 듣고 “아, 옛날 노래 좋네” 하고 끝나는 구성은 아니다. 공연장에 있던 관객들은 노래마다 자기 방식으로 시간을 건넜을 것 같다. 어떤 곡에서는 따라 부르고, 어떤 곡에서는 옆 사람 눈치 보며 조용해지고. 특히 추석 방송에는 이런 무대가 잘 어울린다. 명절 음식은 다 먹었고, 대화도 한 바퀴 돌았고, 다들 각자 휴대폰을 보려는 순간이 온다. 그때 익숙한 전주가 나오면 이상하게 고개가 다시 TV 쪽으로 돌아간다. “이 노래 알아?”라는 말이 나오기 좋은 선곡들이다. 이승철은 2천 회가 넘는 무대에 섰다고 한다. 그동안 노래도, 관객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그냥 멋있어서 들었던 노래가 어느 날 가사를 듣게 되는 때가 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이별 노래라는 걸 알면서도 별생각 없던 사람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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