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화상 응급처치에서 제일 많이 헷갈리는 게 얼음이다.

뜨거운 기름이 튀면 냉동실부터 열고 싶어진다.
근데 얼음을 직접 대는 건 피부 손상을 더 키울 수 있다.

추석엔 주방이 평소보다 훨씬 바빠진다. 전 부치고, 국 데우고, 칼질하고, 설거지까지 한꺼번에 돌아간다. 손이 두 개뿐인 게 갑자기 원망스러워지는 시간이다.

질병관리청의 2021~2025년 응급실 손상 자료를 보면, 추석 기간 화상은 하루 평균 8.9건으로 평소의 2.2배였다. 베임 사고도 하루 평균 42.3건으로 1.9배 늘었다고 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다.

뜨거운 것엔 얼음, 베인 곳엔 물부터. 이 순서가 꼭 맞는 건 아니다.


🔥 화상은 얼음 대신 흐르는 물

기름이나 뜨거운 물에 데었다면 화상 부위를 흐르는 시원한 물에 15~20분 정도 식히는 게 먼저다.

여기서 ‘시원한 물’은 얼음물 얘기가 아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열기를 천천히 빼주는 쪽이다.

얼음을 피부에 바로 대면 너무 낮은 온도 때문에 화상 부위가 추가로 자극받을 수 있다. 아픈 데 차갑게 하면 왠지 다 해결될 것 같지만, 피부 입장에서는 화상에 냉해까지 얹는 셈이 될 수 있다.

화상 부위에 반지나 시계를 차고 있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빼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 부으면 빼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그리고 물집.

터뜨리지 않는 게 낫다.

물집은 보기엔 영 거슬리지만, 상처 난 피부를 덮고 있는 막이기도 하다. 이미 터졌다면 남은 피부를 뜯어내지 말고 깨끗한 거즈로 보호한 뒤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화상 범위가 넓거나,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거나, 통증은 심한데 감각이 둔하다면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하다.

얼굴, 눈, 손, 발, 주요 관절 부위 화상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전기나 화학물질 때문에 생긴 화상도 마찬가지다.


🩸 칼에 베었을 땐 씻기보다 먼저 누르기

손을 베면 반사적으로 물부터 틀게 된다.

근데 피가 계속 나는 상황이면 순서가 바뀐다.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상처를 직접 눌러 지혈하는 게 먼저다.

1~5분 정도 계속 압박하고, 가능하면 손을 심장보다 높이 든다. 손가락은 혈관이 많아서 작은 상처도 피가 꽤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흰 도마가 순식간에 범죄 현장처럼 변해도, 우선은 침착하게 누르는 쪽이다.

피가 멈춘 뒤에는 깨끗한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상처를 충분히 씻는다.

휴지로 막는 건 피하는 편이 좋다. 상처에 달라붙을 수 있다. 가루 형태 지혈제나 상처 치료제도 일단 덮어버리면 의료진이 상처 상태를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베인 상처는 ‘씻고 붙이기’가 아니라 ‘누르고 씻기’ 순서다.

상처 안에 칼 조각이나 유리 같은 게 박혔다면 직접 빼면 안 된다. 빼는 과정에서 출혈이나 조직 손상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그대로 두고 의료기관으로 가야 한다.

피가 계속 멈추지 않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창백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진다면 119를 불러야 한다.


🍡 떡이 목에 걸렸을 때는 손가락부터 넣지 말기

추석 식탁에서 또 조심할 건 기도폐쇄다. 떡이나 고기처럼 덩어리진 음식이 목에 걸리는 경우다.

그런데 음식이 걸렸다고 무조건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빼려고 하면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음식물을 억지로 건드리다가 더 깊이 밀어 넣을 수 있다.

숨을 쉬고, 말을 하거나 기침할 수 있다면 완전히 기도가 막힌 상태는 아닐 수 있다. 이때는 스스로 기침하도록 하고 119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게 좋다.

반대로 말을 못 하고 숨도 못 쉬는 상황이면 즉시 처치가 필요하다. 1세 이상은 뒤에서 감싸 안고 배꼽 위쪽을 안쪽·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하임리히법을 한다. 의식을 잃으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영아는 방법이 다르다. 성인에게 하는 방식 그대로 따라 하면 안 된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받친 뒤 등을 두드리고, 바로 눕혀 가슴을 압박하는 방식이 안내된다.
기도폐쇄 응급처치 내용도 함께 정리한 보도에 자세히 나와 있다.


명절 음식은 많이 만들수록 꼭 하나쯤 남는다. 전도 남고, 나물도 남고, 설거지도 남는다.

다만 손가락 감각이 이상한 화상이나 피가 멈추지 않는 베임까지 남기면 안 된다.

뜨거운 기름에는 흐르는 물.
칼에 베었을 땐 깨끗한 천으로 압박.

주방 한쪽에 이것만 기억해둬도 급할 때 손이 먼저 움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