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늘 같은 장면이 나온다.
왼쪽은 비워야 하나.
아니, 두 줄로 서야 안전하다던데.
뒤에서 누가 급하게 오면 또 비켜줘야 하나.
이제 정부는 이 논쟁에 딱 한 가지 줄 서기 답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은 중단된다.
그렇다고 한 줄 서기를 다시 권장한다는 뜻도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새 방향은 ‘어느 줄에 설지’보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더 가깝다.
🚶 두 줄 서기, 의무였던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두 줄 서기 문화 정착’을 과제로 넣었다.
그런데 국민 200여 명과 전문가가 참여한 토론을 거친 뒤 이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이나 규제를 추진하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 헷갈릴 수 있다.
“그동안 두 줄 서기 안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행정안전부도 한 줄 서기나 두 줄 서기를 의무로 정하거나 공식적으로 강제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두 줄 서기를 내세우니, 시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답처럼 느껴졌을 법하다.
이제는 한 줄이 맞다, 두 줄이 맞다를 정부가 정해주지 않는 쪽으로 간다.
토론회 뒤 설문에서는 두 줄 서기 찬성이 늘긴 했다. 그래도 한 줄 서기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하자는 응답이 더 많았다.
결국 사람들도 “무조건 이쪽”보다는, 붐비는 역과 한가한 역이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고 본 셈이다.
✋ 대신 지켜야 할 건 세 가지다
정부가 앞으로 내세울 에스컬레이터 안전 수칙은 이렇다.
손잡이 잡기 / 걷거나 뛰지 않기 / 안전선 지키기
별것 아닌 말처럼 보인다.
근데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가 나는 순간을 떠올리면 다 이유가 있다. 발을 헛디디거나, 가방이 끼거나, 앞사람을 급하게 밀치면서 균형이 무너지는 식이다.
특히 “왼쪽 비켜주세요”가 당연한 분위기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제공된 토론 결과를 보면, 사고 상당수는 한 줄인지 두 줄인지보다 뒤에서 비키라고 재촉하거나 사람을 미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급하다고 앞사람을 압박하는 건 이제 ‘빠른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로 봐야 한다.
앞사람이 비켜주지 않는다고 밀거나 재촉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늦을 것 같으면 계단을 이용하거나, 다음 동선을 조금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억울해도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 큰 짐 들었으면 엘리베이터로
토론회에서는 큰 짐을 든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건 꽤 현실적인 얘기다.
캐리어 하나만 있어도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좁아지고, 뒤 사람은 피할 곳이 없어진다. 아이 손을 잡은 보호자나 보행이 불편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손잡이 소독기, 바닥 표시, 안전 안내 표지도 늘리겠다고 했다. 손잡이가 찝찝해서 안 잡는 사람도 많으니, 소독기 설치는 작은 변화 같아도 손잡이 잡기와 연결될 수 있다.
주행거리가 아주 길거나 이용객이 몰리는 위험 구간에는 공공근로자나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한 줄 서면 기계가 고장 난다는 말은?
한 줄 서기의 문제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한쪽에만 서면 무게가 쏠려서 에스컬레이터가 빨리 고장 난다.”
완전히 근거 없는 걱정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거나 뛰면 발판 충격이 커져 설비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고장의 직접 원인을 한 줄 서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마모된 부품을 제때 교체하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이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문제도 아니다.
사람은 안전선을 지키고 뛰지 않아야 한다.
운영하는 쪽은 낡은 부품을 제때 바꾸고, 붐비는 곳을 관리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잘해서 끝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뭘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단순하다.
줄을 두 개로 맞추느라 신경 쓰기보다, 손잡이를 잡고 걷지 말 것.
그리고 누가 앞을 막는다고 밀지 말 것.
바쁜 출근길엔 답답할 수 있다.
그래도 몇 초 아끼겠다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사람을 재촉하는 문화는, 이제 좀 없어져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