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 놀란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조사한 농지의 __27%__, 면적으로는 약 30만ha에서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가 나왔다는 얘기다.
숫자만 보면 농촌 전체가 불법 투성이인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숫자를 보고 “이제 농지 뺏기는 거 아니냐”까지 갈 단계는 아직 아니다.

이번에 나온 건 처분 명단이 아니라, 현장에서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농지 목록이다.


🌾 27%는 ‘위반 확정’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가운데 약 136만ha를 먼저 조사했다.

여기서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땅이 약 30만ha로 분류됐다.
그래서 27%라는 숫자가 나왔다.

하지만 ‘의심’은 말 그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현재까지 처분 통지를 한 사례는 없고, 실제 처분 절차는 내년에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지를 놀렸는지, 남에게 빌려줬는지, 왜 그런 상황이 됐는지 현장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농촌에서는 고령 농민이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 논밭을 쉬게 두는 일도 있고, 계약서 없이 임대차를 이어온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다 빼고 위성사진이나 행정자료만 보면, 이상한 농지가 대량으로 잡힐 수밖에 없다.


🚜 문제는 투기와 농촌의 관행을 같은 줄에 세우면 안 된다는 것

그렇다고 “다 현실이 어려워서 그런 거니 괜찮다”는 얘기도 아니다.

정부가 심층적으로 보겠다고 한 쪽에는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산 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 임대를 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농지를 부동산 투자처럼 쓴 사례는 당연히 따로 봐야 한다.

반대로 농촌 현장에서 오래 굳어진 관행까지 똑같이 몰아붙이면 이상해진다.

예를 들어 땅 주인 이름으로만 농사를 짓던 사람이 실제로는 따로 있고, 그 사람이 정식 계약을 맺어 자기 이름으로 농사짓는 농업인이 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그림자 농부’가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경우다.

농지 전수조사가 단속표를 만드는 데서 끝나면 겁나는 조사고, 실제 농사짓는 사람을 제도 안으로 끌어오는 데까지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 창고 하나도 다 불법으로 볼 건가

송 장관은 농업용 창고나 농촌 체험·가공 시설처럼, 전용 절차를 밟지 않고 설치한 시설은 사후 추인을 추진하고 농지보전부담금 면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법을 봐줘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지금 농촌의 쓰임과 30년 전 규칙 사이에 틈이 있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농사만 짓는다고 해서 밭에서 곡식만 나오는 시대는 아니다.
보관할 창고도 필요하고, 가공도 하고, 체험객도 받는다.

그런데 실제 농촌은 바뀌었는데 규칙만 옛날 모습에 멈춰 있으면, 성실하게 농사짓는 사람도 어느 날 ‘위반 의심’ 딱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사후 추인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처분하면 더 큰 불신이 생긴다.

그래서 정부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보다 무엇을 투기로 보고, 어떤 경우를 정상화할지의 기준이다.

그 선이 공개돼야 땅을 가진 사람도,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도 자기 일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농지 27%라는 숫자가 무섭게 들린 건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은 30만ha를 한꺼번에 처분한다는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그 30만ha를 들여다보면서, 농지를 투기판으로 쓰는 경우와 농촌이 버텨온 방식은 제대로 갈라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