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주식계좌에 찍힌 숫자가 꽤 세다.

“6개월간 450억 굴렸다”는 말만 보면, 누가 봐도 거대한 투자금을 들고 들어간 줄 알겠다.
그런데 공개된 계좌 화면의 기간은 2020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6개월이 아니라 약 6년이다.

그래도 숫자는 크다.
김수용은 이 기간 주식을 약 211억원어치 사고, 약 239억원어치 팔았다.

합치면 약 450억원.

다만 이 숫자를 볼 때 제일 먼저 구분해야 할 게 있다.

450억원은 계좌에 넣어둔 돈이 아니라, 여러 번 사고판 누적 거래금액이다.


💸 450억을 ‘굴렸다’는 말의 정체

주식은 한 번 사고 끝나는 게 아니다.

어떤 종목을 샀다가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종목을 사고, 또 팔고.
이걸 몇 년간 반복하면 실제 투자 원금보다 매수·매도 합계가 훨씬 커진다.

중고거래로 생각하면 쉽다.

내가 가진 돈으로 물건 하나를 사고 팔아 다시 현금으로 만든 뒤, 또 다른 물건을 사고파는 식이다.
몇 년 동안 거래내역을 다 합치면 큰돈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만한 현금을 들고 있던 건 아니다.

김수용의 계좌도 그런 숫자다.

공개된 계좌 화면에 따르면 총매수는 약 211억원, 총매도는 약 239억원이었다.
거래가 꽤 잦았다는 뜻이지, 450억원을 한 번에 주식에 넣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450억 굴린 개미”라는 표현은 눈길은 확 끌지만, 약간은 숫자가 만든 착시다.
주식 거래내역은 원래 누적시키면 누구나 갑자기 재벌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잔고다.


📉 그래서 실제로 번 돈은 얼마였나

공개된 누적 실현손익은 약 1억1200만원이었다.

이건 작지 않은 돈이다.
월급으로 차곡차곡 모으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리는 금액이다.

다만 여기서 “그럼 수익률이 몇 %냐”는 질문에는 바로 답하기 어렵다.

계좌 화면에 나온 건 누적 매수·매도 금액과 실현손익이다.
처음 투자금이 얼마였는지, 지금 들고 있는 주식 평가액이 얼마인지, 거래 과정에서 낸 수수료와 세금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공개된 내용만으로 알 수 없다.

총매수 211억원과 실현수익 1억1200만원만 놓고 수익률을 계산하면 엉뚱한 답이 나온다.

많이 사고팔수록 매수 금액은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김수용도 예전부터 떠돌던 ‘주식 대박설’에는 선을 그었다고 한다.
손실 중이던 주식이 다시 수익 구간으로 올라왔을 때 정리한 것이지,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 대목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주식판에서는 수익 난 종목 하나만 말하면 누구나 고수처럼 보인다.
반대로 계좌 전체를 열면 얘기가 훨씬 복잡해진다.

김수용이 직접 계좌를 보여준 이유도 그 차이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얼마 벌었다”는 말보다 매수와 매도가 몇 년간 어떻게 쌓였는지가 먼저 보이니까.


⏰ 김수용의 원칙, ‘일주일 안에 정리’

김수용은 1999년부터 주식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휴대폰 앱으로 몇 번 누르면 주문이 들어가는 때가 아니라, 증권사에서 HTS 설치용 CD를 받아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던 시절부터 시작한 셈이다.
그는 장기 보유보다는 비교적 짧게 사고파는 단기 매매를 한다고 했다.

원칙도 단순하다.

“하락세가 이어지면 일주일 안에 정리한다. 안 되면 바로 팔아야 한다.”

말만 들으면 쉽다.
“안 되면 팔면 되지”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근데 주식에서 제일 어려운 순간이 바로 그때다.

내가 산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사람 마음은 이상하게 바빠진다.
손해를 확정하기 싫어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르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온다. 그때부터는 투자 판단보다 희망회로가 일을 시작한다.

김수용의 원칙이 맞는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기 매매는 매수 가격, 종목 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사람마다 달라서 남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도 손실이 났을 때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둔다는 것은, 오래 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처럼 보인다.


📊 요즘 개인투자자들이 팔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최근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도 커졌다고 한다.

한국거래소 집계 내용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8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7월 급락을 겪은 뒤라서, 지수가 오르자 추가 상승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본전은 찾았으니 나가자”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그 마음은 이해된다.

주식에서 본전은 숫자 하나가 아니다.
손실 구간에서 몇 달을 버틴 사람에게는 잠 못 든 밤값까지 붙어 있다.

김수용 계좌의 450억원도, 개인투자자들의 18조원 매도도 결국 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주식은 사는 순간보다 파는 순간이 더 어렵다.

그리고 누적 거래금액이 아무리 커도, 마지막에 남는 건 화면에 찍힌 한 줄이다.

실현수익 1억1200만원.

그 숫자를 공개한 건 꽤 솔직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