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소식이 나왔는데, 정작 그 장면을 TV로 못 봤다.

한국 여자 근대5종의 성승민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말이다.

금메달이면 하이라이트가 하루 종일 나올 법한데, 시청자는 경기 장면을 생중계로 볼 수 없었다. 처음엔 “인기 없는 종목이라 편성에서 밀렸나?” 싶었다.

근데 이건 국내 방송사가 안 튼 게 아니라, 중계에 쓸 국제영상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은 문제였다.


📺 중계를 안 한 게 아니라, 받을 화면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는 보통 개최국 쪽 방송사가 각 경기 영상을 찍는다.

그리고 그 영상을 KBS·MBC·SBS 같은 해외 방송사에 보내준다. 이게 국제방송신호다.

쉽게 말하면 학교 축제 영상을 생각하면 된다.

행사장 카메라팀이 무대 화면을 찍어 각 반 교실 TV로 보내줘야 하는데, 카메라팀이 아예 그 무대를 촬영하지 않은 셈이다. 교실에 TV가 있어도 틀 화면이 없다.

이번 근대5종 여자 개인전이 그랬다.

현지 주관 방송사가 국제방송신호를 만들지 않았고, 한국 방송사들은 받아서 내보낼 영상이 없었다. 같은 시간 지상파 3사와 TV조선이 수영 예선 등을 방송한 것도, 근대5종 금메달 장면을 일부러 외면해서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경기인데도, 국내 중계권 방송사가 생중계할 수 있는 공식 영상이 없었다.

성승민 선수도 경기 뒤 “제가 오늘 경기한 것도 못 보잖아요”라며 아쉬움을 말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자기 경기를 다시 못 보는 상황이라니.

이건 좀 허무하다.


🏃 근대5종은 이름부터 낯설지만, 금메달은 똑같다

근대5종은 한 선수가 다섯 종목을 치르는 경기다.

이번 결승의 마지막은 레이저런이었다. 사격과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 종목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표적을 맞히고, 다시 달려야 한다. 운동장 몇 바퀴 뛰고 바로 시험 문제를 푸는 느낌에 가깝다.

성승민 선수는 이 경기에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도 중계 화면이 없었다.

물론 모든 종목을 같은 수준으로 길게 생중계하기는 어렵다. 경기장도 많고 시간도 겹친다. 방송 인력과 장비가 무한정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메달 경기조차 공식 영상을 만들지 않는 건 다른 얘기다.

중계 편성은 방송사가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국제신호 제작은, 선택할 수 있는 방송의 출발선 자체를 깔아주는 일이다.


🧗 다음은 스포츠클라이밍도 못 볼 수 있다

걱정스러운 건 이 일이 근대5종 한 종목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스포츠클라이밍 역시 현지 중계 제작이 예정되지 않아 국내 생중계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은 이제 메달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종목이다. 큰 대회가 열릴 때마다 선수 이름과 루트 하나하나를 보며 응원하는 팬도 늘었다.

그런데 경기 자체를 못 보면 응원도 나중에 결과표로 해야 한다.

“금메달 땄대.”

“오, 어디서 볼 수 있어?”

“못 봐.”

이 대화가 너무 쉽게 나오는 대회는 좀 이상하다.


🎥 현장 취재 영상과 TV 중계 영상은 다르다

“그래도 뉴스에는 경기 사진과 영상이 나오던데?” 싶을 수 있다.

국내 취재진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뉴스 보도에 쓸 수 있다. 그래서 성승민 선수의 경기 모습도 기사와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방송사가 생중계를 하기 위한 국제신호와는 다르다.

뉴스용 영상은 필요한 장면을 취재해서 전달하는 거고, 생중계는 경기 내내 카메라 여러 대와 그래픽, 기록, 해설까지 붙여서 내보내야 한다.

둘 다 화면이긴 한데, 휴대폰으로 찍은 친구 결혼식 영상과 TV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종류의 화면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현장에 한국 취재진이 있었다고 해도, 그 영상만으로 정규 TV 중계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성승민 선수는 첫 금메달을 땄다.

선수는 자기 경기 장면을 못 봤고, 팬들도 그 순간을 함께 보지 못했다.

메달 개수는 기록에 남는다.

그런데 스포츠는 기록만 보는 일이 아니다. 결승선 앞에서 누가 치고 나갔는지, 선수가 숨을 고르며 표적을 겨누는 시간이 어땠는지, 금메달이 확정된 뒤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까지 같이 봐야 기억이 된다.

이번에는 그 장면이 너무 쉽게 비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