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때문에 땅을 당장 팔아야 하는 거냐는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정확히는 “전부 처분시키는 조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투기 목적이 명백한 농지는 조치하되, 농촌 현실에서 생긴 관행적 위반은 충분히 처분을 유예하고 적법하게 이용할 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농지를 놀렸다고 해서 곧바로 ‘땅 팔아라’ 통보가 날아오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어제 쓴 글에서는 전수조사에서 잡힌 27%가 ‘위반 확정’이 아니라 추가로 살펴볼 목록이라는 점을 봤다.

이번에는 그 다음 얘기가 나왔다.

조사 뒤에 누가 처분 대상이 되고, 누가 정상화 기회를 받는지의 문제다.


🌾 정부가 말한 건 ‘처분 유예’다

정부 설명을 묶어 보면 방향은 이렇다.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사놓고 실제로는 투자용으로 묵혀둔 땅, 농업법인 명의로 사들인 뒤 불법 임대를 하거나 방치한 땅은 엄격히 보겠다는 쪽이다.

반면 고령이나 건강 문제로 농사를 쉬게 됐거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휴경한 경우까지 똑같이 처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농지은행에 맡겨 관리하는 방법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수십 채 사들여 값 오르기만 기다리는 사람과, 오래 살던 집을 나이 들어 관리 못 하는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안 된다는 얘기다.

농지는 집과 다르지만, 이번 논란에서 농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꽤 비슷하다.

“내 땅이 갑자기 문제 있는 재산이 되는 건가?”

정부는 이에 대해 “아니다, 투기부터 가려내겠다”고 답한 셈이다.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도 60세 이상이고 5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 친척이나 지인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속받은 농지도 1헥타르, 약 3천평 미만이면 지인 등에게 맡기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 그런데 농촌은 이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분위기다

이번 대구시 간담회에서 나온 말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달성군 다사읍의 한 농지는 2022년 평당 70만~8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40만~50만원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그 가격에도 거래가 잘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농지 전수조사 때문에 가격이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는 농지 가격 하락이 2021년 LH 투기 사태 뒤 강화된 농지 규제의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농지 가격 하락 폭도 과거보다 줄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민 입장에서는 원인을 통계로 깔끔하게 나누기 어렵다.

땅을 사려던 사람이 “혹시 나중에 처분 대상 되는 거 아냐?” 하고 망설이면 거래는 바로 멈춘다.

부동산은 사려는 사람의 마음이 얼면, 가격표보다 먼저 거래가 사라진다.

“안 팔아도 된다”는 말과 “필요할 때 팔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고령 농민에게는 농지가 생활비나 노후자금일 수 있다.

청년 농민에게는 대출의 담보다.

땅값이 내려가면 청년농은 농지를 산 뒤 시설자금을 더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나중에 농지를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도 여기서 나온다.

농협 같은 지역 금융기관도 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곳이 많으니, 농지 거래가 꽁꽁 얼면 남의 일이 아니다.

농지 한 필지가 멈추면 농민 한 사람만 답답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 “투기만 잡겠다”면, 투기의 선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이번 설명은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농업용 창고나 가공·체험 시설처럼 허가 절차를 제대로 밟지 못한 시설은 사후에 적법하게 돌릴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내 특별조치법을 만들고, 내년에는 농지 제도도 고치겠다는 계획이다.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

30년 전 규칙으로 지금 농촌을 재단하면, 실제 농사짓는 사람도 서류상 문제를 안고 살 수 있다. 농촌에서 사람 구하기 힘든데 “주인이 직접 못 하면 무조건 처분”만 외치면 밭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냥 비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유예와 사후 추인이 아무 기준 없이 넓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진짜로 농사를 지은 사람은 서류를 맞추느라 애썼는데, 투자 목적으로 사놓고 버틴 사람까지 나중에 정상화 대상이 되면 너무 억울하다.

그러면 소비자는, 아니 농민은 뭘 믿어야 하나.

“투기 목적이 명백한 경우”가 어디까지인지다.

몇 년간 농사를 안 지으면 해당하는지, 고령·질병·상속·임차인 부재는 각각 어떤 서류로 인정받는지,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명령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기준이 먼저 나와야 한다.

장관이 “의심이 곧 위반 확정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맞다.

하지만 농지를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안심하라는 말보다, 자기 땅을 넣어볼 수 있는 기준표다.


📌 이번 조사, 결국 ‘겁주는 조사’로 남을까

정부는 이번 조사를 농지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칠 기회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으려면 조사 결과가 처분 통지서로만 이어져선 안 된다.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구하기 쉬워지고, 고령 농민은 무리하게 헐값 처분하지 않아도 되고, 서류 밖에 있던 임대차는 제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때야 전수조사가 농지를 빼앗는 작업이 아니라, 농지를 농사에 다시 쓰게 만드는 작업이 된다.

지금 농촌이 듣고 싶은 말은 “걱정하지 마세요”가 아니다.

내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그 답을 종이 한 장으로 보여달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