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가은이 신기록 두 번 쏘고 금메달을 땄다는 글을 썼는데, 하루 뒤 역도장에서는 정말 바벨이 세계기록을 세 번쯤 넘어갔다.

주인공은 리성금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49㎏급에서 인상 94㎏, 용상 121㎏, 합계 __215㎏__을 들었다.

금메달은 물론이고 세계기록이었다.

그런데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더 크게 퍼진 건 121㎏ 바벨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세 글자였다.


🏋️ 90㎏부터 시작한 선수

역도는 가벼운 무게를 신청한 선수부터 차례대로 든다.

다른 선수들이 인상에서 67~88㎏을 적어낼 때, 리성금은 혼자 첫 시도 무게로 90㎏을 냈다.

게임으로 치면 모두가 스테이지를 지나갈 때 보스방에서 바로 등장한 셈이다.

리성금은 90㎏을 들고, 이어 94㎏도 성공했다.

용상에서도 116㎏을 든 뒤 121㎏까지 들어 올렸다. 이 기록으로 용상과 합계 세계기록도 새로 썼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합계 210㎏을 만든 116㎏ 시기에서 이미 금메달은 확정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121㎏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금메달이 정해진 뒤에도 바벨을 더 올려 세계기록까지 가져갔다.

리성금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에서 3회 연속 우승했다.

이날 북한 선수단에는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 “북한”이라는 말에서 멈췄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의 첫 금메달 소감을 묻는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자 북한 대표팀 관계자가 질문을 끊었다.

“말을 똑바로 다시 하십시오.”

기자는 “조선”으로 바꿔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다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답변 자체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장면만 보면 “호칭을 고쳤는데 왜 답을 안 하지?” 싶다.

실제로 답을 거부한 정확한 이유는 북한 측이 밝히지 않았다. 그러니 그 속마음까지 단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은 자국 이름을 두고 꽤 분명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었다.

대회장에서는 ‘북한’이나 ‘노스 코리아’ 대신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쓰이고 있고, 조선총련 산하 체육단체도 대회 전 일본 언론에 공식 국호 사용을 요청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를 선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북한’은 너무 익숙한 말이다.

뉴스를 보든, 학교에서 지도를 보든 그렇게 배웠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상대가 그 말을 자기 나라 이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제대회 기자회견에서는 생각보다 큰 버튼이 된다.

같은 한반도를 가리키는 말인데, 질문 하나를 통째로 멈추게 할 만큼 무게가 달랐다.


조국을 “들어 올리고 싶었다”는 선수

흥미로운 건 리성금이 문제의 질문만 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기록과 우승 소감에는 막힘없이 답했다.

“나는 조국을 사랑한다. 오늘 이 경기대회를 위해서 나의 작은 두 어깨 우에 조국을 떠올리고 싶었다.”

‘떠올리고’는 말 그대로라면 생각한다는 뜻인데, 역도 선수의 말로 들으니 바벨을 들어 올린다는 뜻까지 겹친다.

작은 두 어깨로 조국을 들어 올리고 싶었다는 말.

그날 리성금은 실제로 자기 체중의 두 배가 훌쩍 넘는 121㎏을 들었다.

물론 선수 혼자 국가의 관계나 호칭 문제까지 짊어질 일은 아니다.

선수는 기록을 냈고, 관계자는 이름을 지키려 했고, 기자회견장은 그 둘이 한 장면에 겹친 자리였다.

그래도 역도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다.

121㎏을 들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금메달이 확정된 뒤 왜 한 번 더 무거운 바벨을 택했는지.

그 얘기도 꽤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