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을 보다 보면 가끔 이상한 장면이 있다.

분명 같은 평형인데 매물이 거의 없거나, 가격이 비슷한 숫자에 줄줄이 붙어 있다.
“요즘 집값이 이 정도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다.

그런데 누군가가 실제로 낮은 가격의 거래를 못 하게 막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접수된 집값 담합 신고는 617건이었다.
서울·경기·인천이 483건으로, 신고 10건 중 거의 8건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과, 누군가 가격을 올리려고 거래를 막았다는 건 다른 문제다.


🏠 집값 담합은 “비싸게 팔고 싶다”가 아니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비싸게 내놓는 것 자체는 담합이 아니다.

내 집을 얼마에 팔지는 기본적으로 소유자가 정할 일이다.
옆집이 10억원에 내놨다고 나도 10억원에 내놓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다음이다.

예를 들어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 “이 가격 아래로 내놓는 집은 거래하지 맙시다”
  • “싸게 내놓는 매물은 중개하지 말라고 부동산에 말합시다”
  • “특정 부동산에는 매물을 맡기지 맙시다”

이건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낮은 가격의 거래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막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중고거래에서 “이 물건은 다 같이 이 가격 밑으로 팔지 말자”라고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건 하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파트 단지 전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사려는 사람은 실제보다 비싼 가격만 보게 된다.

가격표를 붙이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인데, 그 여럿이 손을 잡아 가격표를 치워버리는 셈이다.


🔎 신고 617건이면, 다 담합으로 확인된 걸까

그건 아니다.

617건 가운데 중복 신고, 취하, 자료 부족 등을 빼고 실제 조사 대상으로 넘어간 건 487건이었다.
그중 시정조치가 이뤄진 건 121건, 수사의뢰 같은 더 강한 조치로 이어진 건 94건이다.

신고가 많다고 해서 그 단지나 주민 전체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은 돈이 큰 만큼 갈등도 크고, 거래가 안 되면 서로 의심부터 생길 수 있다.

그래도 94건이 수사의뢰 등 조치로 이어졌다는 숫자는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누가 호가를 높게 불렀다” 수준이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따져볼 만한 행동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의뢰 등 조치 94건 중 수도권이 77건이었다.
서울이 5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집값이 높은 곳일수록 몇천만원 차이가 아니라 몇억원 차이로 번질 수 있다.
단지 게시판의 한 줄, 단체방의 한마디가 괜히 무겁지 않은 이유다.


📱 단체방에서 나온 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안내문 등을 이용해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니까 종이 안내문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아파트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 SNS도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게 유도하거나, 특정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의뢰를 제한·유도하는 행위

이게 법이 막으려는 핵심이다.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에 팔자”라는 말 한마디만 떼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저가 매물을 내놓지 못하게 압박했는지, 특정 중개업소를 배제하려 했는지,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까지 봐야 한다.

그래서 단지 주민이 집값 전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거래의 문을 잠가버리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부동산 얘기다.
후자는 시장을 자기들끼리 접수하려는 행동이 될 수 있다.


💸 결국 가장 곤란한 사람은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이다

집값 담합이 무서운 이유는 가격이 올라서만은 아니다.

시장에는 “이 가격에도 실제로 거래가 됐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는 사람도 무리한 가격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그런데 낮은 가격의 매물이 아예 나오지 못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높은 호가만 보게 된다.
마트에 진열된 물건이 전부 비싼 것뿐이면, 원래 싸게 팔 수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는 것과 같다.

특히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는 기다릴 시간이 늘 넉넉하지 않다.
계약 만료일은 다가오고, 아이 학교나 직장 문제도 있다.

그 사람에게 “더 기다리면 되지”는 생각보다 쉬운 말이다.

집값은 원래 금리, 공급, 교통, 학군, 경기처럼 여러 이유로 움직인다.
모든 가격 상승을 담합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낮은 가격의 거래를 의도적으로 못 하게 만드는 순간, 그건 시장 가격이 아니라 누군가 관리한 가격이 된다.

집을 사고파는 일이 단체방 투표로 결정될 일은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