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의 ‘매관매직’ 사건 항소심 형량이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숫자만 보면 “2년이나 줄었네”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판결 내용을 보면, 여러 혐의가 뒤집힌 결과라기보다 값비싼 시계 하나의 법적 판단이 형량을 크게 바꾼 사건에 가깝다.
서울고법은 김 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우환 화백 그림, 반클리프 목걸이와 브로치 등은 몰수하고 2440만원을 추징하라고 했다.
1심의 징역 7년, 추징 6480만원보다 형량과 추징액이 모두 줄었다.
⌚ 3990만원 시계, ‘받았는지’와 ‘청탁 대가인지’는 다른 문제다
가장 큰 변화는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다.
김 씨는 2022년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에게서 __3990만원 상당의 시계__를 받고 사업 지원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부분을 유죄로 봤다.
하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시계를 받은 일이 없었다”고 본 것은 아니다.
핵심은 그 시계가 사업 청탁의 대가였다고 단정할 만큼 증명됐느냐였다. 항소심은 이 연결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형사재판에서는 “뭔가 수상하다”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줬고, 그 대가로 어떤 청탁을 했으며, 그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알선과 연결됐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인이 보기에는 제일 답답한 지점이 생긴다.
고가 물건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것이 청탁 대가라는 범죄가 성립하는 건 법적으로는 별개의 문제다.
특검팀은 이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김 씨 쪽도 남은 유죄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장을 냈다.
결국 시계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 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갔다.
🎁 시계가 빠졌어도, 유죄로 남은 금품은 적지 않다
시계와 함께 세한도 복제품 수수 혐의도 2심에서 무죄가 됐다.
세한도 복제품은 5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는 이것이 인사 청탁 대가로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홍보용 인쇄물이라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반면 나머지 주요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게서 맏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받은 귀금속
- 최재영 목사에게서 공무원 직무 관련 청탁과 함께 받은 디올 가방 등
-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서 임명 청탁과 함께 받은 금거북이
-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서 공천 청탁과 함께 받은 이우환 화백 그림
특히 이우환 화백 그림은 보도된 가액만 1억4000만원이다.
그러니까 이번 판결을 “시계가 무죄라서 사건 전체가 흔들렸다”고 이해하면 조금 다르다.
여러 금품 수수 혐의 가운데 일부가 무죄가 됐고, 핵심 혐의 상당수는 그대로 유죄로 남았다.
재판부도 이를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권력형 알선수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지위를 망각하고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 수수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다.
⚖️ 이제는 ‘5년이 맞나’와 ‘무죄가 맞나’를 함께 다툰다
상고는 항소심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다만 대법원은 보통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재판하는 곳은 아니다.
증거를 새로 폭넓게 따져 사실관계를 다시 정하기보다는, 법을 잘못 적용했는지나 재판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중심으로 본다.
김 씨 쪽은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계속 다투겠다고 했다.
특검팀은 바쉐론 시계 무죄 판단을 바로잡겠다고 예고했다.
양쪽 모두 상고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지금의 징역 5년은 확정 형량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어떤 법리 판단이 나오느냐에 따라 시계 혐의의 무죄가 유지될 수도, 다시 판단받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건 아마 여기일 거다.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받았는데도 죄가 아닐 수 있나?”
그 질문 자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법원은 ‘비싸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 물건이 청탁의 대가였다는 연결고리가 재판에서 증명됐는지를 본다.
반대로 그 연결고리가 대법원에서 충분했다고 판단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결국 시계 가격이 아니라, 청탁과 금품 사이의 관계를 어디까지 증명해야 유죄인가를 두고 마지막 판단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