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집값 이야기를 보면 늘 “그래서 집값이 언제 떨어지는데?”가 먼저 나온다.

국토연구원 분석에서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금리 상승기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값이 6개월 뒤 1.2% 내려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숫자만 보면 꽤 세다.

그런데 이번 자료에서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따로 있다.

서울에서 집 살 때 은행 대출로 마련한 돈의 비중이 올해 1~4월 23.6%까지 올라갔다는 점이다.

반대로 예전에는 집값 자금으로 많이 쓰이던 임대보증금 비중은 6.6%까지 내려왔다.

집값이 움직이기 전에, 집을 사는 방식부터 달라진 셈이다.


📉 금리 0.25%포인트면 아파트값이 꼭 1.2%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이 숫자부터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국토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던 시기의 자료를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했을 때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6개월 뒤 1.2% 하락하는 흐름이 나왔다고 밝혔다.

12개월 뒤에는 1.1% 하락, 24개월 뒤에는 0.9% 하락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핵심은 `6개월`이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바로 꺾인다기보다, 몇 달 지나 대출 부담과 거래 위축이 쌓일 때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걸 “이번 금리 인상 뒤에는 무조건 1.2% 하락”이라고 읽으면 곤란하다.

보고서도 집값은 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경기, 공급 물량, 시장에 풀린 돈, 대출 규제, 사람들의 기대가 한꺼번에 얽힌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랐는데도,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4.5% 높았다고 한다.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집값 방향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전세보증금은 줄고, 은행 대출은 늘었다

서울 주택 매입자금 조달 계획을 보면 변화가 훨씬 또렷하다.

2021~2022년에는 집 살 돈 가운데 임대보증금 비중이 27.1%였다.

그런데 올해 1~4월에는 __6.6%__로 줄었다.

반대로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__23.6%__로 높아졌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예전에는 “세입자 보증금까지 보태서 집을 산다”는 방식의 비중이 더 컸다면, 지금은 “은행에서 빌려서 집을 산다”는 쪽이 커졌다는 얘기다.

물론 이 비중만 보고 서울의 모든 매수자가 빚을 더 많이 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금조달계획서상 비중이 바뀌었다는 뜻이지, 사람마다 실제로 얼마를 빌렸는지까지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금리 변화에 바로 반응하는 돈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으면 당장 월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반면 은행 대출은 이자가 매달 빠져나간다. 변동금리 대출이라면 금리 변화도 더 빨리 체감될 수 있다.

집값이 그대로여도 대출 이자가 늘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게 된다.


⏳ 직전 금리 인상기와 똑같이 갈까

직전 금리 상승기였던 2021년 8월 이후에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15개월 만에 20.0% 하락했다고 국토연은 분석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올 거라고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자금 조달 구조도 다르고,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책과 공급 여건도 다르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고 해서 결과까지 복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봐야 할 건 집값 그래프 하나가 아닐 것 같다.

▶ 대출금리가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
▶ 거래량이 줄고 있는지
▶ 대출을 받아 산 사람이 원리금을 버티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국토연구원도 집값 하락과 원리금 부담 증가가 겹치면, 갚을 여력이 작은 차주의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집값이 내려가는 건 뉴스에서 큰 글씨로 보인다.

그런데 대출 이자는 조용히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이번 금리 인상기에서 먼저 봐야 할 건 ‘집값이 몇 % 떨어지나’보다, 빚으로 산 집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