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돔구장 이야기에 BTS 이름이 붙으니 그림은 바로 그려진다.

비 오는 날에도 공연이 열리고, 2만 명 넘는 관객이 두류공원으로 몰리고, 끝난 뒤에는 근처에서 밥 먹고 숙박하고 쇼핑하는 모습.

그런데 이번 계획을 자세히 보면, BTS를 부르는 일이 첫 번째 관문은 아니다.

5000억원짜리 돔구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가 먼저다.

대구시는 두류공원 유니버시아드 테니스장과 인접 부지에 스포츠·공연 복합 돔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기본 2만석, 공연 때 좌석을 늘리면 최대 2만8000명까지 받는 구상이다.

현재 대구체육관이 3800석이니, 좌석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다섯 배 넘는 실내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대형 콘서트는 물론 농구, 배드민턴, 탁구, e스포츠까지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BTS 공연장이 생기는 건 아니다

대구시는 BTS나 임영웅 같은 최정상급 가수 공연을 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여기서 살짝 구분할 게 있다.

“BTS급 공연도 가능한 돔구장”과 “BTS 공연이 확정된 돔구장”은 전혀 다른 말이다.

공연장은 무대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수가 투어 일정을 잡고, 공연기획사가 수익을 따져보고, 관객이 실제로 표를 사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공연과 날짜가 겹치면 지방 공연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KBS 보도에서도 대구시가 계획한 2만석 규모가 최정상급 아티스트 공연을 꾸준히 유치하기에 충분한지 의견이 갈린다고 짚었다. 다만 서울 고척스카이돔도 1만8000석 규모인 만큼, 2만석 자체가 작은 공연장은 아니다.

대구시가 애초 검토했던 5만석 규모를 접은 것도 이 때문이다.

5만석으로 가면 건립비가 1조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좌석은 커지는데, 그 좌석을 평일과 비수기에도 채울 수 있느냐는 문제가 따라온다.

텅 빈 5만석 돔은 멋진 건물이 아니라 아주 비싼 지붕이 된다.


🏨 그래서 호텔과 쇼핑몰 얘기가 나온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돔구장 옆에 호텔·쇼핑몰·컨벤션 시설을 함께 넣겠다는 부분이다.

처음 들으면 “공원에 돔구장 짓는다더니 쇼핑몰까지?” 싶다.

근데 대구시가 시비 부담을 줄이려면 이 방식이 거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돔구장은 경기나 공연이 없는 날에도 관리비가 든다. 전기, 냉난방, 시설 유지, 인력 비용은 공연이 없는 화요일이라고 쉬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공연장만으로는 매달 월세를 내기 어려운 건물이다.

그래서 민간 투자자가 호텔이나 상업시설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고, 그 돈으로 돔구장 건립과 운영에 참여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건폐율과 용적률 같은 규제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돔구장은 체육관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두류공원 일대를 묶어 개발하는 사업에 가깝다.

여기서부터는 시민들이 따져볼 질문도 생긴다.

두류공원이 공연·관광 거점으로 커지는 건 반길 만한 일이다. 지하철과 버스 접근성이 좋고, 이월드·83타워·문화예술회관과도 이어진다. 시유지라 땅을 새로 사는 돈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공원 안에 민간 수익시설이 늘어날 때, 시민이 쉬는 공원 공간은 어떻게 남길지도 중요하다.

호텔과 쇼핑몰이 돔구장을 살리는 장치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공원이 결국 상업시설의 배경처럼 보이면 곤란하다.


🏀 대구체육관 3800석의 한계는 분명하다

돔구장 추진 이유 자체는 납득이 간다.

대구체육관은 1971년에 지어졌고, 관람석은 3800석 수준이다. 프로농구뿐 아니라 관중이 많이 찾는 국제 스포츠대회나 e스포츠를 유치하기엔 답답한 규모다.

대구의 실내 대형 공연장도 넉넉하지 않다. 엑스코가 약 8000석 규모인데, 전국 투어급 콘서트나 대형 시상식까지 안정적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그러니 “왜 대구에 더 큰 실내 시설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답이 있다.

문제는 필요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시는 올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 돔구장 공모에 선정되면 타당성 조사와 규제 완화 절차를 거쳐 2029년 설계에 들어가고, 2031년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여기서 확정된 건 아직 후보지와 구상이다.

국비 공모 선정, 민간 투자 유치, 사업성 검토를 모두 넘어야 한다. 대구시도 국비와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추진해 시비 투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2031년 착공은 약속된 날짜라기보다, 여러 관문을 다 통과했을 때 가능한 목표다.


2만석 돔구장이 실제로 들어서면 대구의 공연과 스포츠 지도가 꽤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공연장에 가기 위해 찾는 건 건물의 조감도가 아니다. 보고 싶은 공연, 편한 교통, 적당한 티켓값, 그리고 공연 전후로 머물 만한 동네다.

두류공원 돔구장의 진짜 경쟁력도 결국 거기서 나올 것 같다.

BTS 이름은 가장 먼저 붙었지만, 제일 늦게 확인될 이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