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우창윤 교수 레시피”라고 하면 일단 멈춰 보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이름이 붙고, 비만을 진료하는 의사 이름까지 붙었다.
살 빠지는 음식 얘기라는데 국수도 먹을 수 있다니, 솔직히 귀가 쫑긋할 만하다.
그런데 그 글을 따라가면 마지막에 남는 건 다이어트 식단표가 아니라 새우, 장국, 굴소스 같은 식재료 구매 링크다.
병원 이름과 의사 이름으로 신뢰를 먼저 만든 뒤, 특정 제품을 사게 하는 광고였다.
🥣 “천연 마운자로”라더니 국수와 굴소스가 나왔다
최근 스레드와 페이스북에는 “서울아산병원 우창윤 교수님 레시피”라는 형식의 글이 퍼졌다.
한 게시물은 국수를 먹고 일주일 만에 3㎏을 뺐다며 “천연 마운자로”라고 불렀다.
다른 글은 두부숙주볶음을 두고 “천연 비만 치료제”라고 했다.
이런 표현부터 좀 세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실제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약 이름이다.
음식 하나를 먹고 약처럼 살이 빠지는 것처럼 들리게 하면, 보는 사람은 “이거 그냥 먹으면 되는 건가?” 싶어진다.
그리고 글을 누르면 재료 구매로 이어진다.
레시피를 알려주는 척하다가 “간은 이 굴소스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특정 상품 링크를 붙이는 식이다.
다이어트 조언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장바구니가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광고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유명 병원과 의사가 추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 서울아산병원이 직접 “우리 의사 아니다”라고 한 이유
서울아산병원은 공식 SNS를 통해 병원 명칭과 출신 의료진 이름을 무단으로 활용한 광고가 퍼지고 있다며 주의를 알렸다.
병원은 특히 우창윤 원장이 현재 서울아산병원에 재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창윤 원장은 과거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교수로 근무했지만, 지금은 비만·대사질환을 진료하는 윔클리닉 대표원장이다.
유튜브 구독자가 143만 명에 이르는 의사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게시물에 섞여 있는 말 중에는 맞는 조각도 있다.
- 우창윤 원장이 의사인 것
- 과거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것
- 포만감을 주는 식사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
문제는 그 조각들을 붙여서 “서울아산병원 의사가 이 제품을 추천했다”는 인상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우 원장은 과거 반숙 계란과 올리브유를 함께 먹는 식사가 포만감을 줘 과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적은 있다.
하지만 특정 제품을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아산병원도 해당 제품들과 아무 관련이 없고, 효과를 보증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본원 명칭을 무단 도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니 링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
병원이 특정 인물 이름까지 적어가며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다”라고 공지하는 건 흔한 장면이 아니다.
그만큼 병원 이름을 믿고 링크를 누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 레시피 광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사실 음식으로 살을 덜 찌게 먹는 방법은 있다.
단백질과 채소를 챙기면 포만감이 오래갈 수 있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건 “특정 굴소스를 사면 체중 앞자리가 바뀐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다이어트는 대체로 지루하다.
한 끼 먹었다고 인생이 뒤집히는 식재료는 드물다. 그래서 더 그럴듯한 문구가 붙는다.
“천연 위고비”
“의사가 추천한 레시피”
“일주일 만에 3㎏ 감량”
이 세 문장이 한 게시물에 몰려 있으면, 건강 정보라기보다 판매 문구부터 의심하는 편이 낫다.
특히 아래는 한 번 확인해볼 만하다.
▶ 병원 공식 계정에 같은 추천이 있나
유명 병원 이름이 나왔다면 병원 홈페이지나 공식 SNS에 같은 내용이 있는지 보면 된다.
없는데 구매 링크만 유난히 친절하다면 이상하다.
▶ 의사가 정말 그 제품을 언급했나
의사가 건강 원리를 설명한 영상과, 특정 상품을 추천했다는 건 다른 얘기다.
“올리브유를 먹어도 된다”가 “이 브랜드 올리브유를 사라”가 되는 순간, 중간에 광고가 끼어들었을 수 있다.
▶ 약 이름을 음식 앞에 붙였나
‘천연 마운자로’, ‘먹는 위고비’ 같은 말은 아주 쉽게 사람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음식이 약 이름을 빌리기 시작하면 일단 브레이크를 밟는 게 맞다.
우창윤 원장도 자신의 SNS에서 이름을 무단으로 이용해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며 신고를 요청했다.
이번 일은 “그 레시피가 정말 살이 빠지냐”보다 더 단순한 문제다.
내가 보고 있는 추천이 정말 의사 추천인지, 누군가 의사 이름을 빌린 판매 글인지.
굴소스는 억울하다.
문제는 굴소스가 아니라, 굴소스 뒤에 슬쩍 세워 둔 흰 가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