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이 거의 끝나간다.
이 말이 왜 코스피 전체 얘기가 되나 싶을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일이다. 쉽게 말해 운동장에 매수자가 별로 없을 때, 가장 큰 학생 둘이 꽤 큰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온 셈이다.
그 장바구니가 비면 누가 남을까.
최근 코스피에서 이 질문은 생각보다 무겁다.
🛒 두 회사가 사들인 돈이 30조원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자사주 4천만주 넘게 매입했다.
예정 물량의 약 __78%__를 채웠다.
SK하이닉스도 예정 물량의 약 __61%__를 사들였다.
두 회사가 이번 매입에 쓴 돈은 합쳐 30조원대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안 온다.
그냥 “삼전닉스 주가를 떠받친 돈” 정도가 아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두 회사가 꾸준히 주식을 사는 것 자체가 시장 전체의 매수세처럼 작동했다.
그런데 매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보도된 속도대로라면 삼성전자는 며칠 안에, SK하이닉스는 2주 남짓 안에 예정 물량을 다 채울 수 있다. 당초 11월까지로 잡았던 일정이 10월 중순쯤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주식을 사는 건 좋은 일 아닌가 싶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조금 묘하다.
매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든든한 손님이었다가, 끝나는 날부터는 조용히 계산하고 나가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 ‘기타법인’ 23조, 그냥 낯선 큰손이 아니었다
최근 수급표를 보면 ‘기타법인’이라는 항목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이름부터 좀 수상하다.
누구길래 23조원을 샀나 싶다.
9월 15영업일 동안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2조원, 16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기관도 크게 사지 않았다.
그런데 기타법인이 23조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상당 부분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니까 정체불명의 새 투자자가 갑자기 한국 증시에 나타난 게 아니라, 두 대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 한쪽을 받치고 있었던 거다.
‘기타법인 23조 순매수’는 새 돈이 몰려온 장면이라기보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큰 매수 주문이 찍힌 결과에 가깝다.
물론 기타법인 매수를 전부 두 회사 몫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 큰 주문이 사라진 뒤에도 코스피가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 결국 다시 외국인 눈치를 보게 된다
남는 후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8월 국내 상장주식을 3,44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처음 매수 우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9월 중순에는 큰 폭으로 팔았지만, 18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고 3거래일 연속 매수세도 나왔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개인이 최근 순매도로 돌아섰고, 시장의 출렁임도 7월보다 잦아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론 실적,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처럼 반도체 쪽 분위기를 바꿀 일정도 남아 있다.
반도체 공장은 추석에도 멈추지 않는다. 아이뉴스24 보도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라인은 연휴에도 교대로 돌아간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강하고, 반도체 수출도 좋은 흐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가가 회사 실적만 따라 움직인다면 참 편하겠다.
문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만 보고 한국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는지, 미국 국채 금리가 뛰는지, 원·달러 환율이 흔들리는지, 중동 전쟁이 번지는지를 같이 본다.
우리 기업 공장은 명절에도 돌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밤사이 미국 금리 한 번에 표정이 바뀔 수 있다.
🔍 외국인이 더 살 자리도 넉넉하진 않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산다고 해도 무조건 큰 호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최근 약 40% 수준이다. 연초보다 이미 높아진 상태다.
이미 꽤 많이 들고 있다면, 추가로 아주 크게 사들일 여지가 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봐야 할 건 “외국인이 오늘 샀나, 팔았나” 하나가 아니다.
▶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에도 매수세가 이어지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진 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든, 기관이 채우든, 개인이 다시 들어오든 해야 한다.
▶ 실적 발표가 기대를 넘는가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시장은 ‘좋다’보다 ‘생각보다 더 좋나’를 본다.
▶ 환율과 유가가 조용한가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식 수익보다 환율 손실이 더 무서울 때도 있다.
자사주 매입은 결국 정해진 양만 사면 끝난다.
반면 외국인 매수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더 기대하게 되고, 그래서 더 불안하다.
코스피가 이제 다시 외국인 눈치를 보게 됐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든든했던 한 장바구니가 비어가는 중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