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숫자가 1~2kg 올라가 있으면, 일단 마음속에서 송편 한 접시를 법정에 세우게 된다.
“내가 전을 너무 먹었나.”
“어제 야식이 문제였나.”
그러고는 다음 날 아침을 건너뛴다.
점심도 샐러드로 버틴다.
근데 그 1~2kg이 전부 살은 아닐 수 있다.
연합뉴스가 전한 의료계 설명을 보면, 명절 뒤 급하게 늘어난 체중에는 체지방만이 아니라 수분, 아직 소화 중인 음식 무게가 함께 들어간다.
체중계 숫자가 올랐다고 해서 그 숫자만큼 지방이 몸에 붙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 탄수화물과 짠 음식이 같이 올린 숫자
명절 음식은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겹치기 쉽다.
밥, 떡, 잡채를 먹고
갈비나 전처럼 간이 있는 음식까지 먹는다.
이때 몸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붙잡는다. 기사에 나온 ‘글리코겐’은 몸이 탄수화물을 잠깐 저장해두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냉장고에 반찬통을 넣는다고 치자.
반찬만 넣는 게 아니라 국물도 같이 들어간다.
몸도 탄수화물을 저장하면서 물을 같이 잡아둔다.
여기에 아직 배 속에 남아 있는 음식 무게까지 더해지면 체중계는 아주 성실하게 숫자를 올린다. 너무 성실해서 문제다.
그래서 연휴 직후 체중계는 몸의 지방만 재는 기계가 아니라, 수분과 소화 중인 음식까지 한꺼번에 재는 기계에 가깝다.
🍽️ “먹은 만큼 빼야지”가 제일 위험한 생각
명절 음식이 부담스럽다고 연휴 전부터 굶거나, 끝나자마자 며칠 절식하는 건 의료진도 말린다.
고려대 안암병원 권영근 교수는 많이 먹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굶는 식의 체중 조절을 반복할 필요가 없고, 연휴 뒤 평소 식사와 활동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이 말이 현실적으로 들린다.
명절에 많이 먹고 굶고,
참다가 또 많이 먹고,
다시 후회하는 식으로 가면 음식 자체가 벌처럼 느껴진다.
전은 죄가 없다. 한 번에 열 장씩 집어 드는 손이 조금 문제일 뿐이다.
물론 연휴 내내 과식하고 야식까지 먹었다면 체지방이 전혀 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활동량도 줄기 쉬운 기간이니까.
그래도 체중계 숫자 하나를 보고 곧바로 굶는 건 너무 성급한 판정이다.
며칠 평소처럼 먹고, 평소처럼 움직인 뒤 변화를 보는 편이 낫다.
🚶 명절 음식은 끊기보다 ‘덜어 먹기’
명절에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보다, 계속 손이 가는 음식이 더 무섭다.
한 끼 식사는 끝났는데 거실에 앉아 과일을 먹고, 과자를 먹고, 음료를 마시고, 또 송편 하나를 집는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접시는 비는데 기억은 잘 안 난다.
그래서 방법도 거창할 필요는 없다.
▶ 먹고 싶은 음식은 처음부터 접시에 덜기
전, 갈비, 잡채를 아예 금지하면 오래 못 간다. 먹을 만큼 덜어서 천천히 먹는 쪽이 현실적이다.
▶ 채소와 단백질을 같이 먹기
명절 밥상에도 나물, 고기, 생선은 있다. 떡과 전만 집중 공격하지 말고 같이 먹으면 된다.
▶ 밥 먹고 바로 소파에 눕지 않기
가족끼리 동네 한 바퀴 걷는 정도면 충분하다. “운동해야지”라고 거창하게 시작하면 운동복부터 찾아야 해서 귀찮아진다. 설거지하고, 산책하고, 가까운 곳은 걸어가는 정도가 오래 간다.
당뇨병이 있거나 혈당 조절 약, 인슐린을 쓰는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설명을 전한 보도처럼, 이런 경우에는 명절 저녁을 위해 아침과 점심을 굶는 방식이 특히 좋지 않다. 식사가 들쑥날쑥하면 혈당도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명절 뒤에 필요한 건 벌칙 식단이 아니라, 평소 리듬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체중계는 며칠 뒤에 다시 올라가도 된다.
그 숫자를 보고 밥부터 끊지만 않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