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가 다시 마이크론 숏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그 사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 주택대출 시장이 무너질 거라고 베팅했던 투자자라, 이름만 나와도 시장이 살짝 긴장한다.
이번에 버리가 겨냥한 건 마이크론, 팔란티어, 반도체 ETF 같은 AI 대표 종목들이다.
그가 보는 그림은 단순하다.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부족은 오래 갈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공급이 뒤늦게 따라오는 사이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 ‘숏’은 망한다는 저주가 아니다
먼저 숏부터 풀어야겠다.
숏은 주가가 내려갈 때 돈을 버는 쪽에 베팅하는 거래다.
버리는 마이크론과 팔란티어 등에 대한 하락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풋옵션도 계속 들고 있다고 했다.
풋옵션은 쉽게 말하면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 권리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버리가 샀으니 당장 팔아야 하나?”까지 가면 너무 빠르다.
버리도 시장이 이 종목들을 다시 더 끌어올리면 상황을 보면서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락에 돈을 걸었다고 해서, 내일 폭락한다고 선언한 건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 유명 투자자의 숏은 예언이라기보다 “나는 지금 가격이 너무 비싸 보인다”는 의견에 가깝다.
물론 그 의견이 나오면 사람들은 괜히 잠을 설친다.
유명한 사람이 “천장 낮아 보이는데?”라고 말한 셈이니까.
💾 버리가 보는 핵심은 ‘부족’이 끝나는 순간이다
AI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 늘었다.
수요는 갑자기 뛰었는데 공장은 하루아침에 늘릴 수 없다.
그러니 물건이 모자라고, 가격이 오르고, 메모리 회사 실적 기대도 커진다.
그런데 공장 증설과 생산 확대가 이어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어떻게 될까.
마트에서 한동안 품절이던 물건이 갑자기 진열대를 가득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품절 프리미엄은 사라진다. 가격도 예전처럼 계속 오르기 어렵다.
버리는 앞으로 __2년 안팎__에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봤다.
그 뒤에는 메모리 산업이 익숙한 ‘호황 뒤 불황’ 흐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버리는 중국의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이 늘면 당장은 공급 부족이 누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량이 너무 많이 풀리고, 가격 경쟁이 거칠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는 원래 이런 업종이다.
잘될 때는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공급이 넘치기 시작하면 “왜 이렇게 재고가 많지?”가 된다.
반도체 공장은 버튼 하나 눌러 켰다 껐다 하는 곳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부족할 때는 다 같이 공장을 늘리는데, 그 물량이 나올 때쯤 경기가 식으면 상황이 꽤 난감해진다.
📈 지수는 최고점인데, 다 같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말
버리는 메모리만 본 게 아니다.
나스닥100지수도 역사적으로 비싸고, 몇몇 큰 종목에 힘이 지나치게 쏠렸다고 봤다.
이건 지수만 보면 잘 안 보이는 부분이다.
반 전체 평균점수는 올랐는데, 사실은 몇 명이 100점을 맞아서 끌어올린 경우가 있다.
나머지 학생들 성적은 별로 안 움직였거나 오히려 내려갔을 수도 있다.
BTIG의 한 애널리스트도 나스닥100 안에서 장기 흐름이 좋은 종목의 비율이 줄었다고 짚었다.
지수는 높은데, 실제로 오르는 종목의 폭은 좁아졌다는 뜻이다.
AI 주식이 전부 같이 달리는 장이 아니라,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받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때는 “AI는 무조건 오른다”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AI 수요가 진짜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그 기대가 이미 주가에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는 또 다른 문제니까.
🏭 그렇다고 반도체 호황이 끝났다고 단정할 순 없다
버리의 말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한 사람의 판단이다.
메모리 수요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새 공급이 실제로 언제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정해진 답이 없다.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면 공급 증가를 수요가 계속 흡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마이크론이 오르나 내리나” 한 줄짜리 결론보다 이것 같다.
지금 반도체 주가가 실적을 보고 오르는 건지, 부족하다는 기대를 보고 너무 앞서 달리는 건지.
버리는 후자 쪽에 돈을 걸었다.
그의 예측이 또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서 “부족하다”는 말이 영원히 이어진 적은 드물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한 번쯤 기억해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