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추석, 이 가족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명절을 보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나기 직전, 다섯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했다.

다섯쌍둥이의 두 돌 소식은 그래서 ‘잘 컸다’는 네 글자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새힘, 새찬, 새강, 새별, 새봄.

남아 셋과 여아 둘인 이 다섯쌍둥이는 2024년 9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엄마가 자연임신으로 다섯 아이를 품었고, 임신 27주에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태어날 때 다섯 아이 모두 몸무게가 1㎏이 되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아이가 다섯 명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때 부모 마음은 숫자로는 못 잴 것 같다.


🏥 막내는 수술도 받았고, 넷째는 6개월을 입원했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미숙아는 너무 일찍 태어나 몸의 여러 기능이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아기다. 숨 쉬는 일부터 먹는 일까지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다섯 아이도 호흡기 치료 등을 받으며 오래 병원에 있었다.

막내는 장에 구멍이 나는 장 천공으로 수술을 받았고, 가장 작게 태어난 넷째는 병원에서만 6개월을 보냈다. 아이들은 건강 상태에 따라 한 명씩 차례로 퇴원했다.

다섯 명이 한꺼번에 퇴원하는 날을 상상하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

누구는 먼저 집에 가고, 누구는 조금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기쁜 일과 불안한 일이 같은 날에 같이 왔을 것 같다.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은 다섯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며 또래와 어울리고 있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퇴원 뒤에도 아이들의 몸 상태와 운동·인지·언어 발달을 계속 살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설명을 전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생아 전문의와 재활의학과가 함께 성장 과정을 점검 중이다.

퇴원은 치료의 끝이라기보다, 집에서 이어지는 다음 치료의 시작에 가깝다.


🎂 이번 생일 사진에서 제일 반가운 장면

병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다섯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생일상 앞에 앉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장면이다.

근데 이 아이들에게는 그 평범함이 그냥 평범한 일이 아니다.

두 돌 아이가 친구 옆에서 뒤뚱뒤뚱 걷고, 생일 노래를 듣고, 각자 성격을 드러내는 일.

대부분의 집에서는 “요즘 말이 늘었네”, “어린이집 적응은 했나” 하고 지나갈 얘기다. 그런데 이 가족에게는 그 일상 하나하나가 오래 기다린 소식이었을 거다.

병원장도 최근 아이들을 만나 “올망졸망한 모습으로 뒤뚱뒤뚱 걸으며 많이 자랐다”고 했다고 한다.

뒤뚱뒤뚱은 두 돌 아이에게 아주 정상적인 단어인데, 이번엔 왠지 제일 든든한 건강 소식처럼 들린다.


🌕 엄마가 같은 처지의 부모에게 남긴 말

아이들의 엄마 사공혜란 씨는 출산 직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보냈던 추석을 떠올리며, 지금 치료 중인 미숙아 부모들에게 응원을 건넸다.

“걱정보다는 희망의 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말은 짧지만, 이 말을 할 수 있기까지 2년이 걸렸다.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쉬워도, 인큐베이터 안의 작은 아이를 매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 하루가 아주 길다. 그 시간을 지나온 부모가 건넨 말이라 더 조심스럽고 따뜻하다.

다섯쌍둥이는 올해 1월 서울성모병원 홍보대사가 됐다고 한다.

홍보대사라는 이름도 귀엽지만,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건 병원 홍보보다 더 큰 얘기다. 고위험 출산과 미숙아 치료는 출산하는 날 한 번 잘 넘긴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아이들이 어린이집 생일파티까지 갈 수 있게 만든 건 부모의 버팀, 의료진의 치료, 그리고 퇴원 뒤에도 이어진 관리가 겹친 결과일 거다.

이번 추석에는 다섯 아이가 중환자실이 아니라 가족 곁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그것만으로도 꽤 환한 명절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