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갔다가 출근을 못 했다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점주가 “월급 10%를 깎겠다”고 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당일 결근 연락을 받은 점주가 난감했을 수는 있다.
혼자 매장을 지키는 시간대였다면 대타를 구하거나 직접 나와야 했을 테니까.
그런데 난감한 일과 이미 일한 월급을 깎는 일은 같은 얘기가 아니다.
🏥 “오늘 못 나가요”라고 했더니
공개된 문자 내용에 따르면 알바생 A씨는 새벽에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고, 대학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출근이 어렵다고 알렸다.
점주는 “당일 통보냐”, “그만두시는 거냐”고 답했다.
이어 수습 기간이니 다음 달 월급에서 10%를 빼겠다고 했고, 이미 지난 두 달치 급여도 각각 10%씩 깎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주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몇 시간 전에 못 나온다고 하면 나는 어떡하나.”
맞다. 편의점은 문을 대신 열어줄 사람이 바로 나타나는 구조가 아니다.
알바생 한 명이 비면 점주가 급히 뛰어가야 할 때도 많다. 가게 문이 닫히면 그날 매출도 날아간다.
하지만 갑자기 결근한 날의 임금 문제와, 전에 일한 임금을 나중에 깎는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 수습이라고 월급이 자동으로 90%가 되는 건 아니다
‘수습이면 10% 덜 줘도 된다’는 말은 꽤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건 조건이 붙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상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하려면, 원칙적으로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여야 한다. 수습을 시작한 뒤 3개월 이내라는 기간 조건도 있다.
또 편의점 판매 업무처럼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되는 일은 이 감액 적용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쉽게 말하면 수습은 “아직 익숙해지는 기간이니 무조건 월급을 10% 빼도 된다”는 만능 할인쿠폰이 아니다.
근로계약 기간, 맡은 업무, 계약서에 적힌 수습 조건을 봐야 한다.
그러니 점주가 문자 한 줄로 “수습 10% 차감”이라고 통보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 결근 하루치와 ‘벌금’은 다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시급제로 일하는 사람이 하루를 못 나왔다면, 그날 일하지 않은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일하지 않은 시간의 돈까지 당연히 달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사연처럼 이미 일한 기간의 월급에서 일정 비율을 떼겠다는 건 다른 문제다.
월급봉투를 받았는데 사장님이 “지난달에 내 마음고생이 컸으니 10%는 빼겠다”고 적어 넣는 식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징계로 임금을 깎는 감급 조치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같은 근거와 감액 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데일리 보도도 결근한 시간만 무급으로 처리하는 것과, 이미 발생한 임금에서 따로 공제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늘 못 나왔으니 오늘 일당은 없다”와 “그러니 지난달 월급도 깎겠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 문자로 벌점 매기듯 처리하면 더 꼬인다
물론 공개된 문자만으로 두 사람 사이의 모든 사정을 알 수는 없다.
알바생이 이전에도 반복적으로 당일 결근했는지, 근로계약서는 어떻게 썼는지, 실제 수습 조건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최종적인 위법 여부까지 이 문자만 보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응급실에 간 상황에서 먼저 확인할 말이 “그만두시는 거죠?”가 되는 건 좀 씁쓸하다.
사람이 갑자기 아픈 건 예약하고 오는 일이 아니다.
급성 복통은 특히 “다음 주 수요일 오후쯤 아플 예정입니다”라고 미리 캘린더에 넣어둘 수도 없고.
점주도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 화가 났을 수 있다. 그 사정까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가게 운영의 불안을 알바생 월급에서 뒤늦게 떼는 방식으로 풀기 시작하면, 결국 서로 문자 한 줄도 못 믿는 관계가 된다.
아픈 사람은 아픈데도 출근해야 하나 눈치 보게 되고, 점주는 결근 연락이 올 때마다 또 잠수인가 의심하게 된다.
그런 매장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월급 10%보다 먼저 깎이는 건 신뢰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