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이나 용돈이 들어오면 잠깐 고민하게 된다.

주식은 좀 무섭고, 그렇다고 통장에 그냥 두자니 아깝다.

마침 파킹통장 금리가 연 7.7%, 적금은 최고 연 13.5%라는 말도 나온다.

숫자만 보면 은행 앱을 켜게 된다.

근데 여기엔 아주 작은 글씨가 숨어 있다.

파킹통장 금리는 ‘몇 퍼센트냐’보다 ‘내 돈 얼마까지냐’가 더 중요하다.


🅿️ 7.7%라고 해서 1000만원이 다 7.7%는 아니다

SBI저축은행 생활파킹통장은 최고 연 7.7%를 내걸고 있다.

그런데 이 금리는 __200만원 이하__에만 붙는다.

200만원을 넘은 돈에는 연 1.7%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넣는다고 해보자.

  • 200만원 × 연 7.7% = 세전 이자 15만4000원
  • 나머지 800만원 × 연 1.7% = 세전 이자 13만6000원
  • 합치면 세전 약 29만원이다

1000만원 전체에 7.7%가 붙는다면 77만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도 안 된다.

물론 29만원도 그냥 두는 것보다 낫다.

다만 “7.7% 통장에 1000만원 넣었으니 이자 77만원쯤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통장이 꽤 조용히 배신하는 셈이다.

OK저축은행 OK짠테크통장Ⅱ도 비슷하다.

50만원 이하에는 최고 연 7%, 그 위 구간부터는 금리가 크게 낮아진다.

고금리 구간은 말 그대로 작은 주차칸이다.

큰 차를 들고 가도 앞바퀴만 들어간다.


💰 최고 13.5% 적금도 ‘당첨’이 필요하다

전북은행의 JB 슈퍼씨드 적금은 최고 연 13.5%다.

기본금리는 연 3.5%이고, 이벤트 우대금리 최대 연 10%포인트가 붙으면 13.5%가 된다.

문제는 그 우대금리가 자동으로 모두에게 붙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바일뱅킹에서 적금을 납입하면 씨드가 생기고, 그중 슈퍼씨드에 당첨돼야 최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적금인데 약간 추첨 상자 성격이 섞였다.

그러니 이 상품은 “무조건 13.5% 적금”이라기보다 “운이 따라주면 13.5%까지 가능한 적금”에 가깝다.

그리고 적금은 예금과도 다르다.

예금은 처음에 목돈을 넣고 1년을 채우면 그 돈 전체에 금리가 붙는다.

반면 적금은 매달 나눠 넣는다.

마지막 달에 넣은 돈은 만기까지 잠깐만 들어가 있으니, 광고에 적힌 연 13.5%를 원금 전체가 1년 내내 받는 게 아니다.

100일챌린지적금처럼 매일 1만원씩 넣는 상품도 마찬가지다.

100만원을 모았다고 해서 100만원 전체에 연 6% 1년치 이자가 붙는 구조는 아니다.

적금 금리는 커 보이는데, 막상 만기 때 이자를 보면 “어? 이게 끝인가?” 싶은 이유가 여기 있다.


🏦 돈 쓸 날짜부터 정하는 게 먼저다

주식에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보면서 잠깐 보관할 돈이라면, 금리가 조금 낮아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이 편할 수 있다.

반대로 1년 동안 쓸 일이 없는 돈이라면 정기예금도 비교할 만하다.

기사 기준으로 일부 신협 정기예금은 1년 만기에 연 4.3% 수준이었다.

1000만원을 1년 동안 그대로 둘 수 있다면 세전 이자는 43만원이다.

파킹통장에서 높은 금리가 일부 금액에만 붙는 경우보다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정기예금은 중간에 깨면 약정한 금리를 다 받기 어렵다.

갑자기 차를 바꿔야 하거나, 이사 보증금이 필요하거나, 주식이 급락해서 “이건 진짜 사고 싶다”는 날이 오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돈을 이렇게 나눠 생각하는 편이 낫다.

▶ 한두 달 안에 쓸 돈
생활비나 카드값은 그냥 입출금 통장에 둔다.

▶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돈
언제든 뺄 수 있는 파킹통장이 맞을 수 있다.

▶ 1년 동안 안 건드릴 돈
정기예금 금리와 파킹통장의 실제 적용 금리를 비교한다.

금리 비교는 결국 상품 비교가 아니라, 내 통장 속 돈의 일정표를 만드는 일이다.


🔍 가입 버튼 누르기 전에 이것만 보자

파킹통장이나 적금 화면에서 제일 먼저 볼 말은 ‘최고 연 몇 %’가 아니다.

아래 네 줄이다.

  • 높은 금리가 붙는 금액 한도
  • 우대금리를 받는 조건
  • 우대금리가 끝나는 날짜
  • 중도해지하거나 조건을 놓쳤을 때 금리

SC제일은행 Hi 통장처럼 최고 연 4%를 내걸어도 특별금리는 정해진 기간까지만 적용되는 상품이 있다. 안내된 금리를 1년 내내 받는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틀어진다.

제휴 앱 가입, 마케팅 동의, 카드 사용 같은 조건도 있다.

평소 안 쓰던 서비스를 억지로 연결해두고 조건을 관리하느니, 그냥 금리가 조금 낮아도 편한 통장이 나을 때가 많다.

은행 앱에서 우대조건 챙기다가 적금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이면 좀 이상하니까.

추석 상여금은 ‘최고 금리 상품’에 넣는 돈이 아니라, 내가 언제 꺼낼 돈인지 정한 뒤 넣는 돈이다.

금리 7.7%라는 간판은 멀리서 잘 보인다.

내 돈이 그 간판 아래 어디까지 들어가는지는, 가입 직전에 한 번 더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