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한 자리가 __200일 넘게__ 비어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절차가 멈춘 이유는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했고, 조 대법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청와대가 23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게 싸우고는 있는데, 누가 맞는지 헌재에 바로 물어보는 길은 일단 택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 헌재에 안 간다는 건 무슨 뜻일까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끼리 “이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를 놓고 다툴 때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는 절차다.

이번 일로 치면 이런 질문이 된다.

대법관 후보를 먼저 올리는 대법원장의 권한과, 그 후보를 임명하거나 임명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권한이 부딪혔을 때 누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대법원은 재제청 요청을 받으려면 왜 기존 제청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 사유와 근거가 공식 문서에 분명히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헌법 해석부터 다르니, 헌재로 가면 적어도 이 다툼을 공식 판단에 맡기는 모양이 됐을 거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 길을 당장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 지금 당장은 답이 하나다.

서로 낸 입장문을 다시 주고받는 상태가 계속된다.


📂 청와대는 “임명 안 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고 한다

청와대가 대법원에 보낸 8월 28일자 공문에는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으니, 대법관 후보를 재제청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문구 자체가 대통령의 임명 거부 뜻을 충분히 드러낸다고 본다.

임명할 생각이 없는 후보를 국회 동의 절차에 올리는 것도 이상하다는 논리다.

또 기존 제청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을 두고, 다시 후보들에게 사퇴 의사가 있는지 개별적으로 물은 과정이 절차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다음 후보를 다시 올리는 절차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 대법원은 “그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한 번 거부한 뒤, 하루 만에 다시 입장을 냈다.

청와대가 말한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은 헌법과 법률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공문이 아예 형식을 못 갖췄다는 말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서 안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적혀 있어야 한다는 쪽이다.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여기서 멈추는 이유는 공문에 도장이나 서명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청와대는 “임명 거부가 사유”라고 하고,

대법원은 “그 정도로는 재제청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같은 공문을 보고도, 한쪽은 답이 충분히 적혀 있다고 하고 다른 쪽은 핵심 답이 빠졌다고 보는 셈이다.


📂 결국 다음 수가 아직 안 보인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지난 3월 퇴임 뒤 계속 공석이다.

청와대는 이 공백이 길어지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조 대법원장도 공백 장기화로 국민 불편이 생기는 데 송구하다며,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양쪽이 “빨리 끝내자”고 말하면서도, 지금까지는 서로 상대방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태도다.

청와대가 사유와 법적 근거를 더 구체적으로 적은 새 문서를 보낼지.

아니면 대법원이 기존 후보와 별개로 새 제청 절차를 시작할지.

둘 중 무엇을 할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헌재에도 안 가고, 재제청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 남는 건 대법관 공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