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약 1년 8개월 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말했고, 유용원 의원도 두 사람이 며칠 전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와 청와대는 입국 시기나 경로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처음엔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한국에 왔다면 왔다고 발표하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을 아낄까.
하지만 이건 공항 입국장 사진 한 장 올리고 끝낼 일이 아니다.
🕳️ 포로가 아니라 ‘돌아가면 위험한 사람’이 됐다
두 사람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이다.
포로가 생기면 원래는 전쟁이 끝난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기본 원칙이다. 러시아군 소속 전쟁포로로 인정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교환 협상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다.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와 친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혀왔다. 다만 공개 인터뷰만으로 그 의사가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이었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전쟁포로라고 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나라로 무조건 돌려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돌아간 뒤 처벌이나 인권침해 위험이 크다면, 강제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국제법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두 사람에게 한국행은 ‘이민’이 아니라, 어디로 돌아갈지를 정하는 문제에 가까웠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다. 러시아와 포로 교환 문제가 걸려 있고, 북한군 문제는 러시아·북한·우크라이나가 모두 얽힌 전쟁 한복판의 카드이기도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측과 수십 차례 협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유도 여기 있다.
🤐 정부가 조용한 건 숨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일을 사실상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했지만,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 때문에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건 꽤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한국에 왔다는 소식 자체가 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앞으로 북한군 파병 과정이나 러시아 현지에서 겪은 일을 말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불편한 장면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가 포로가 됐고, 그 포로가 한국행을 택했다는 얘기니까. 이 사실을 크게 떠들수록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 자체가 다시 주목받는다.
그래서 한국 정부도 두 사람을 당장 공개석상에 세우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 포로의 증언이 궁금한 마음은 이해한다. 실제 전투 현장이 어땠는지, 러시아군 안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왜 한국행을 원했는지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증언은 다큐멘터리 예고편처럼 빨리 꺼낼 일이 아니다.
말 한마디가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갈지, 지금은 바깥에서 알기 어렵다.
🏠 한국에 오면 바로 평범한 생활을 할까
그것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조사와 보호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일반적인 탈북민 정착 과정도 낯선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들은 전쟁터에서 생포된 군인이기도 하다.
북한군 / 러시아 파병 / 전쟁포로 / 한국행.
이력 한 줄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도 겪지 않을 일이 붙어 있다. “한국에 도착했다”는 말이 끝이 아니라, 사실상 가장 조용하고 긴 시작일 수 있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은 외교 성과라는 말로만 정리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포로 문제도 있고,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도 있고, 두 사람이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삶을 원할지도 있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말을 아끼는 건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간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건 ‘증언 무대’보다 먼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삶을 고를 시간일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