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가 이제 농식품부의 조사 업무 수준을 넘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회피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이건 정부의 부동산 개혁 약속이 됐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SNS에까지 이 얘기를 올린 건 꽤 선명한 신호다. 농촌 반발이 커지니 슬쩍 속도를 늦추겠다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투기성 농지는 끝까지 가려내겠다”는 쪽을 택한 거다.

나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 농사짓겠다고 땅을 산 뒤 값 오르기만 기다리거나, 남에게 불법으로 빌려주며 수익을 챙기는 일이 계속되면 정직하게 농사짓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땅은 밭인데, 마음은 아파트 투자자처럼 쓰는 셈이니까.

다만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만큼, 이제 정부는 말 한마디를 더 조심해야 한다.


🌾 “고령·상속 농지는 대상 아니다”라는 선

이 대통령은 고령으로 더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와 상속받은 농지는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가 곧바로 “농사 안 지으면 땅 내놔라”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앞글에서도 썼듯이, 전수조사에서 나온 위반 의심 사례가 전부 불법 확정은 아니다. 고령 농민이 몸이 따라주지 않아 밭을 쉬게 한 경우도 있고, 상속받은 땅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묶어둔 사람도 있다.

농지 전수조사의 핵심은 ‘농사를 안 짓는 땅’을 다 잡는 게 아니라, ‘투자용으로 농지를 써온 사람’을 가려내는 데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정부가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만들면 일이 꼬인다. 농촌에는 “누가 실제로 농사짓는지”가 서류 한 장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끼리 돕고, 이웃에게 맡기고, 몸이 아픈 해에는 잠시 쉬기도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안심시키는 말로 끝나면 안 된다. 고령은 몇 살부터인지, 상속 농지는 어떤 경우까지인지, 임대를 줬다면 어디부터 불법인지. 농민이 자기 경우를 대입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상 아닙니다”보다 “이 조건이면 대상 아닙니다”가 훨씬 강한 설명이다.


🧾 대통령이 강하게 말할수록, 정부는 더 친절해야 한다

대통령은 일부 반발을 두고 투기 제재를 피하려는 쪽에서 비대상자까지 끌어들여 거짓말로 선동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투기성 농지 소유자가 제도 개선을 막으려 할 가능성은 있다. 자기 땅값과 수익이 걸렸으니 가만히 있겠나.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게 있다.

농민들의 걱정까지 전부 투기 세력의 목소리처럼 들리게 하면 안 된다. 농지 한 필지는 어떤 사람에게는 투자 상품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일군 재산이고 노후 생활비다. 같은 ‘농지 보유자’라는 이름으로 묶어도 사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투기꾼이 아닌데 조사 통지서가 오면 뭘 준비해야 하지?”

이 질문은 선동이 아니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지가 농업에 제대로 쓰이게 하고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농업경영체 약 __250만 명__에게 관련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알리고, 다음 달에는 전수조사 대상 약 __450만 명__에게 서한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건 잘하는 일이다. 다만 문자와 편지가 불안을 없애려면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쓰는 건 누구나 한다. 정작 필요한 건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이 서류를 내면 됩니다”라는 안내다.


🚜 조사보다 어려운 건 그 다음이다

대통령은 경자유전, 그러니까 농사는 농사짓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을 헌법과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그 원칙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원칙이 현실을 밟고 지나갈 때다.

농촌은 이미 고령화가 심하고, 젊은 농민은 땅을 구하기 어렵다. 땅을 소유한 사람과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다른 경우도 흔하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직접 농사 아니면 처분”만 외치면, 농지가 청년농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거래 자체가 얼어붙을 수도 있다.

정부도 그걸 아니까 관행적인 위반은 정상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연내 특별조치법을 마련해 적법하게 돌릴 시간을 주겠다는 방향도 나왔다.

나는 이 순서가 맞다고 본다. 진짜 투기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현실 때문에 법 바깥에 있던 농민에게는 빠져나갈 문을 먼저 열어줘야 한다.

단속은 망치처럼 한 번 내리치면 끝나지만, 농지 제도는 밭을 다시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땅을 처분시켰는데 다음 주인이 없고 밭만 비면, 그건 개혁이 아니라 행정의 빈칸이다.


📌 이제 “의지” 말고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발언으로 농지 전수조사는 물러설 수 없는 정책이 됐다.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걸었으니, 나중에 “현장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말로 넘기기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정부는 다음 발표에서 거창한 구호보다 사례부터 내놨으면 한다.

▶ 75세 농민이 건강 문제로 밭을 못 가는 경우
▶ 도시에서 상속받은 논을 가진 자녀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
▶ 실제 경작자는 따로 있는데 계약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경우
▶ 농사 지을 생각 없이 땅값만 기다린 경우

이 네 경우가 조사 뒤에 각각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농민도 자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고, 투기 목적으로 버티는 사람도 괜한 틈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회피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강하다. 이제 그 강한 말이 농촌의 불안까지 밀어붙이는 말이 되지 않게 만드는 건 정부의 몫이다.

농지 투기는 잡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농사짓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결의문이 아니라, 자기 밭에 적용되는 답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