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없으면 은행 대출은 아예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소득증빙 서류부터 막히니까. 그런데 전업주부가 연 19.4% 카드론을 연 5.5% 은행 대출로 갈아탔다는 사례가 나왔다.

핵심은 통신비다. 정확히는 통신비만이 아니라, 은행이 그동안 제대로 보지 않았던 생활 속 납부 기록을 함께 봤다는 데 있다.

신한은행의 슈퍼SOL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에게 연 5.5~6.9% 고정금리로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카드론을 쓰던 40대 전업주부 A씨는 이 상품으로 대출을 바꾸면서 연간 이자를 약 145만원 아꼈다고 한다.

카드론 금리와 은행 대출 금리 차이가 13.9%포인트다. 빚을 갚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달 생활비 한 묶음이 통째로 남는 수준일 수 있다.


📱 통신비를 냈다고 대출이 나오는 건 아니다

여기서 “그럼 통신비만 안 밀리면 나도 은행 대출?”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이르다.

은행이 쓴 것은 대안신용평가다. 기존에는 대출을 잘 갚았는지, 신용카드를 어떻게 썼는지처럼 금융회사 안에 남은 기록을 주로 봤다. 그런데 전업주부나 퇴직자는 돈을 성실하게 관리해도 이런 기록이 적을 수 있다.

마치 학교 성적표에 시험 점수만 있고, 숙제나 출석은 아예 안 적혀 있는 셈이다. 시험을 덜 봤다고 해서 성실하지 않은 건 아닌데, 기존 방식에서는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었다.

신한은행은 통신비, 공과금, 생활비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기존 신용평가와 합쳐서 봤다. 금융 이력이 얇은 사람, 이른바 ‘씬파일러’의 상환 능력을 조금 더 촘촘하게 보겠다는 뜻이다.

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못 갚을 사람’으로 묶지 않겠다는 시도다.

다만 은행이 정확히 어떤 생활비 항목을 얼마 동안, 어떤 기준으로 반영하는지까지 공개한 건 아니다. 통신비를 꼬박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금리가 정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 대상은 ‘중저신용자’, 한도는 최대 2,000만원

이 상품은 NICE평가정보나 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가 대상이다. 금리는 연 5.5~6.9%로 고정이고, 한도는 최대 2,000만원이다.

출시 뒤 집계된 취급 건수는 1,386건이었다. 이 가운데 약 66%는 전업주부와 퇴직자 등을 포함한 무직자였다. 은행 창구에서 재직증명서를 내기 어려운 사람이 실제로 꽤 많이 이용했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앞서 정책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에도 같은 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 방식만 썼을 때보다 대출 실행이 1,062건 늘었고, 금액으로는 100억원이 더 나갔다고 한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원래라면 “자료가 부족해서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사람이, 다른 기록까지 보여주면서 심사를 통과한 경우가 그만큼 늘었다는 거다.


💸 카드론을 갈아타기 전에는 꼭 봐야 할 것

A씨 사례는 반갑다. 연 19.4%에서 5.5%면 숨통이 꽤 트인다. 그런데 카드론을 은행 대출로 바꿀 때는 금리 숫자만 보고 뛰어들면 안 된다.

▶ 먼저 내 신용점수와 대출 조건부터

이 상품은 중저신용자 대상이다. 신용점수, 기존 대출 규모, 상환 능력에 따라 실제 승인 여부와 적용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 “무직자도 된다”는 말은 “무직자는 전부 된다”는 말과 한 글자 차이인데, 현실에서는 그 한 글자가 아주 크다.

▶ 대환대출이 정말 이득인지

새 대출 금리가 낮더라도 기존 대출을 중간에 갚으며 비용이 생기는지, 새 대출 기간이 너무 길어져 총이자가 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월 납입금이 줄었다고 해서 빚이 저절로 가벼워진 건 아니다. 가방을 큰 걸로 바꿨다고 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 생활요금은 어차피 연체하지 않는 편이 낫다

대출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통신비와 공과금은 밀리지 않는 편이 좋다. 당장 신용점수가 확 뛰는 마법은 아니어도, 금융회사들이 사람을 평가하는 자료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말은 가끔 불안하게 들린다.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준다는 뜻처럼 들려서다. 그런데 이번 방식은 문턱 자체를 없애기보다, 문 앞에 선 사람을 더 제대로 보겠다는 쪽에 가깝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렇게 대출받은 사람들이 실제로도 연체 없이 잘 갚는가. 그 기록이 쌓여야 전업주부, 프리랜서, 퇴직자처럼 서류 한 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금리 카드론부터 찾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